초이스가 마무리되고 룸 안의 공기는 180도 달라졌다.
처음엔 조금은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분위기가, 어느새 따뜻하고 유쾌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가씨들과 나란히 앉아 술을 나누고,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마치 오래된 친구들과 재회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옆에 앉은 그녀는 유난히 살가운 스타일이었다.
술잔을 따르며 살짝 손이 닿을 때마다, 소곤소곤 귓가에 얘기를 건넬 때마다, 그 짧은 순간들이 묘하게 설레게 했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유흥 이상의 뭔가라고 느껴졌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함께 웃고, 짠- 하고 부딪히는 술잔 속에서 우리는 작은 교감을 쌓아가고 있었다.

잠시 후, 실장이 음악을 바꾸더니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웰컴 타임 들어갑니다~ 편하게 즐기세요!”

바로 그때, 분위기는 완전히 전환됐다.
음악이 살짝 업되면서 조명이 바뀌고, 아가씨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작된 퍼포먼스.
기계적이지 않고, 그들만의 매력이 묻어나는 춤과 눈빛이 룸 안을 장악했다.
특히 내 파트너—그녀는 예상 외로 센스 넘치는 무대를 펼쳤다.

그녀는 음악이 바뀌자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잡고 나를 일으켰다.
“같이 춰요~”
당황했지만 어쩐지 거절할 수 없는 에너지.
그녀의 리드에 몸을 맡기자, 어느새 나도 그녀 옆에서 리듬을 타고 있었다.
음악과 술, 그리고 그 눈빛에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기분…
그 순간만큼은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었다.

춤이 끝나고 자리에 앉았을 땐, 이미 분위기는 최고조.
술잔은 계속 돌고 있었고, 노래는 끊이지 않았다.
우리 셋은 각자 파트너와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마이크를 서로 빼앗으며 웃고 떠들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면 그녀는 옆에서 박수를 치며 같이 불러줬고,
그녀가 부를 땐 내 손을 잡고 노래방 무대 앞으로 나가 같이 춤을 추기도 했다.

이런 건 평범한 가락동 노래방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그저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공감의 공간’.
진짜 ‘유흥’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밤이었다.

시간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빠르게 흘렀다.
실장이 들어와 “마지막 10분 남았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우리 모두가 동시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조용히 말했다.
“시간 너무 빨리 가죠? 오늘 진짜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같이 놀아요, 오빠.”

그 말 한마디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이 밤처럼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